Creative &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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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57 (2017년 12월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1호는 파르테논 신전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에서 가장 크거나 가장 오래된 신전이라서일 까? 그렇지 않다. 이유는 이 신전이 모든 그리스 신화와 로마 신화의 탄생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통해서 만들어 지고 쌓아지는 상징을 우리는 ‘랜드마크’라고 부른다.

[Creative & Future] 관심연결경제 시대의 '랜드마크' 패러다임

  • 다음의 질문에 대답해 보자.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는 어디일까? 아마도 자동적으로 63빌딩, 또는 남산타워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63빌딩은 한화기업의 것이며 남산타워도 YTN타워라고 명명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누구나 떠올리는 이름이니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이것들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일까? 사실 전무하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떠올리는 많은 상징들은 엄밀히 보면 랜드마크가 아니라 브랜드마크가 대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세계는 지식정보의 시대를 넘어 저마다의 관심으로 서로 엮이는 관심연결경제 시대로 돌입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우리는 하루종일 대화를 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관심 네트워크 속에 의식을 교류하며 살아간다.
    블로그 검색을 통한 맛집멋집 정보는 더 이상 신뢰받지 못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연일 대박의 기회를 만들어낸다. 매스미디어는 더 이상 여론을 견인하지 못하며 반대로 소셜네트워크가 세상의 미디어를 결집시키고 있다. 포켓몬고가 전 세계인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고, 광화문 촛불시위에 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다. 서로가 알지 못하는 사이임에도 사람들은 공감하는 관심과 주제를 위해 한데 모여들며 엮이는 새로운 장을 열어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산업의 패러다임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들의 이야기에 의해 일어나는 ‘랜드마크’라는 패러다임이다.

    흥미로운 시도 ‘김창수를 살려라’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시도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120년 전 과거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카카오톡으로 전해진다. 그 내용은 일제의 지배 속에서 민비 시해범으로 의심되는 낭인을 김창수라는 청년이 살해했고 일본군은 그에게 사형을 언도했다. 이에 고종은 그의 죽음을 막기 위해 인천감옥으로 전화를 걸어 사형집행 중지를 명했다. 그러나 일본군은 문서를 날조해 오늘밤 그를 죽일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에게 이렇게 부탁을 한다. ‘광화문 일대에 숨겨진 고종 황제의 진짜 어새를 찾아서 김창수를 구하라’.
    뜬금없어 보이는 이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당신은 ‘보이스 피싱인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내 메시지가 지시하는 바를 확인하는 순간, 한 편의 영화가 현실에 튀어나온 듯 대한민국 역사의 거짓말 같은 순간으로 뛰어들게 된다. 당신은 서울 광화문 일대의 여섯 군데 주요 장소에 숨겨진 역사적 비밀과 실마리를 파헤치며 2시간의 상상하지 못했던 여정을 실제로 경험하게 된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서가에는 비밀스러운 지령과 책 모양의 금고를 확인하며 심장이 떨릴 것이고, 인근 서울주교좌성당의 예수상이 가리키고 있는 상징을 확인하는 순간 영화 ‘다빈치코드’ 속에 들어와 있음을 느끼게 된다. 덕수궁에 이르러 단서를 조합하면 잠들어 있던 고종으로부터 음성 메시지가 도착하고 마침내 황제의 진짜 어새가 숨겨져 있는 황실도서관으로의 길이 열리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진짜 어새를 찾아 사형집행중지 명령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그것에 숨겨진 비밀을 발견하고는 당신도 모르게 전율에 떨게 된다. 김창수를 살리게 된 당신은 그가 기다리는 장소 지하에 이르게 되었을 때 비로소 모든 비밀을 발견하고 가슴이 먹먹해지며 당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건물을 나오면 그제서야 이 모든 여정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를 깨달으며 역사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새기게 된다.

    이야기로 쌓아올린 랜드마크의 시대
    영화 한 편의 줄거리를 본 것 같은 느낌의 이 이야기는 필자와 교보생명 인문학 서비스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가 함께 기획한 랜드마크 프로그램 ‘리얼월드’의 ‘김창수를 살려라’편 내용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비용도 무료다. 리얼월드는 도심의 공간에 스토리를 입히고 퀘스트를 통해 경험하도록 하며 유동을 만들어내는 탐색 프로그램으로, 현실 공간으로 나온 방탈출 게임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역사 체험형 이벤트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이 프로젝트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트랜스미디어, 즉 여러 콘텐츠와 미디어들이 완전한 유기체로 연결되며 현실 공간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경험 기반의 미디어에 있어 실제 사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디지털혁신담당 김욱 전무는 이 역사 경험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를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플랫폼의 혁신은 경험을 담은 스토리텔링이며 바야흐로 이야기로 쌓아 올려진 랜드마크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제 모두가 광장에 모이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대상 그 자체가 중심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기업은 브랜드를 기억시키는 노력보다 랜드마크를 만들 수 있는 지점을 고민해야 한다. 잠들어 있던 신화와 전설, 글이나 영상으로만 존재하던 이야기를 현실로 되살리고 사람들의 일상 속 욕구와 바람들을 녹여내며 그들 스스로가 선택하고 향유하는 대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이제 그 이야기와 통합되며 사람들에 의해서 ‘진짜’가 되어야 한다. 그것을 실감하고 싶다면, 지금 카카오플러스에서 ‘대산독립본부’를 연결하여 과거로부터 온 지령을 시작하기 바란다.



    송인혁 라이프스퀘어 대표 / inhyuks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