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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AC Innovation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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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정책 NEXT : 공공기관 개혁 방향

공공기관은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부문을 차지한다. 2022년 기준 자산 969조 원, 예산 761조 원, 인력 45만 명에 이르는 공공기관은 사회간접자본(SOC), 에너지, 복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의 일상생활에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러한 공공기관 정책과 관련된 주요 이슈를 살펴보면서 향후 주요 정책 과제에 대해 논의해 본다. 이승철 KMAC 고문  공공성은 행정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다. 그러나 그 의미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능견난사(能見難思)다. 눈으로 볼 수는 있으나 만들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공공기관 정책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공공성이란 무엇이며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찾기 어렵다.  과거 공공기관의 연혁 및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공공기관과 공공성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서민경제의 안정 등 명확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러나 시대 상황이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다음의 사례는 과거 정부에서 공공성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된 공공기관의 사업들이다. 행정학계에서는 공공성과 수익성 내지 기업성의 균형적인 관점 또는 상보적인 시각에서 공공기관 정책을 수행하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으나 그 이전에 공공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공기관 운영의 글로벌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OECD 공기업 가이드라인’에서는 공기업이 사업 수행에 있어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기업이 시장에 참여하려고 할 때 민간의 경쟁 상대에 대해 우월적인 지위를 가지지 못하도록 하는 경쟁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 및 제3조는 자율경영 책임에 대해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뉴노멀 시대의 급변하는 여건 속에서 지속가능한 공공기관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관의 창의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자율경영 체제의 확립이 필수적이다.  이는 기관의 비전, 대내외적인 여건, 기관의 특수성 등은 해당 기관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운법 제정의 기초가 된 ‘OECD 공공기관 가이드라인’에서도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즉 인사, 조직,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에 있어 자율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운법의 제정 취지대로 공공기관이 운영되지 않는 것이 고민이다. 새롭게 취임한 기관장들은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현저히 적다는 것을 호소하기도 한다.  사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부의 통제 및 관리는 더욱 강화돼 왔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자율성을 마음껏 부여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우선 주인-대리인 관점에서 관료적인 통제를 원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실현을 위해 공공기관을 통제하고 기대에 부응토록 하는 것이다. 공공 투자 확대, 물가 안정 등 정책 수행, 나아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공공기관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둘째, 주기적으로 언론에 노출되는 방만 경영이라는 병폐는 자율성 확대를 주저케 하고 각종 규제 지침을 남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공공 부문 강성 노조의 존재는 이러한 정부의 우려를 심화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불신 속에서 사전적인 규제를 남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기관의 퀀텀 점프를 위해서 실질적인 자율경영 체제로의 과감한 정책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4년으로 공운법이 제정된 지 17년이 지났다. 그간의 법 운영 경험을 기초로 공공기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첫째, 공공기관에 대한 규제 위주의 정책에서 지원 위주의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운영되는 각종 지침에 대한 존치 평가를 통해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 또한 미래를 위해 기관의 자체적인 개혁 및 역량을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둘째, 현재 공운법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좀 더 촘촘하게 분류하고 개별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접근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상장기관 등 시장에 가까이 있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해당 산업의 시장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이러한 내용 등을 감안한 공운법의 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사 제도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 경영평가 제도에 대한 혁신적인 변화 등도 기대해 본다. 공공기관 정책 수단 중에서 가장 주요한 부분이 기능 조정이다. 공공성 및 효율성의 가치를 넘어 기관의 지속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기능 점검이다. 기능 조정은 공공기관 스스로 하기에 한계가 있다. 관료화된 내부 구조, 노조의 저항, 대내외 기득권층이 있는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기능 조정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할 수밖에 없고 이를 규정한 것이 공운법 제14조¹⁾다. 현재 공공기관의 역할 및 기능을 살펴보면 시대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관행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많다. 공익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민간과 경합하는 분야,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폐지가 고려돼야 하는 사업들이 여전히 많다. 다음은 그에 대한 예시다.    당초 공공기관이 해당 기능을 수행하게 된 연혁과 이유가 있지만 환경이 변해도 한 번 탄생한 기능은 소멸하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국민경제 전체의 입장,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능 조정, 나아가 통폐합 및 민영화까지 검토해야 한다. 기능 조정은 공공기관 혁신의 수단으로서 고도의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하며 추진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각 정부 부처의 기능과 연관된 경우 그 난이도는 더욱더 높아진다. 그러나 기능 조정이야말로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이며 미래를 위한 준비이고 공공기관이 지속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2024년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가 도입된 지 40년이 된다. 경영평가 제도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행정학에서 많이 논의됐으며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져 있다.  큰 틀에서 보면 경영평가는 성과 관리의 수단으로서 방법론적으로는 기관별 맞춤형 절대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하느냐 그리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다느냐 하는 것이다.  첫째, 독립된 상설 평가 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 평가 시스템의 획기적인 개선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평가 제도는 평가 기획에서 평가 수행까지 3년에 걸친 주기를 가지고 있다. 평가 기관의 측면에서 보면 담당자 및 책임자가 2~3번 바뀌는 긴 기간이다. 우리나라 관료 제도의 특성상 경영평가 제도의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선으로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은 평가 제도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평가 기관의 상설 조직화다. 현재의 1년 단위 평가단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평가의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축적함으로써 평가 제도의 혁신을 더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다. 둘째, 평가 주기와 관련해 다양한 논의가 있다. 많은 전문가가 1년 단위의 평가와 함께 중기적인 성과 평가 방식의 보완을 지적한다. 기관의 업무 성격상 단기간에 성과를 이루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인데 1년 단위로 성과 평가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공공기관은 기관장의 역할이 중요한데 임기 3년인 기관장 입장에서 한 해의 하반기에 취임했다면 자신의 수행 실적을 평가받는 것은 임기 말에 가까운 2년 후가 된다. 기관들의 업무 성격을 고려해 평가 주기를 유연하게 하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셋째, 평가 방식과 관련 기관 맞춤형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만 이를 주저하게 하는 전제 요소가 몇 가지 있다. 우선 기관의 성과 측정을 위한 선명한 평가 지표 및 목표치가 수립돼야 하고 엄정한 평가 시스템(평가 기준 및 평가 문화)이 구비돼야 하지만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와 같은 전제조건이 충족되기를 마냥 기다리는 것은 더욱 미련한 일이다. 우선은 국제적으로 비교 대상이 있어서 평가 지표 수립 등이 용이한 기관 또는 상장된 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5~10개 기관을 선정해 시범적으로 적용해 볼 것을 제안한다. 2010~2012년에 도입 운영한 자율경영 평가 제도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공공기관은 주요 정책 대상이었다. 보수 정부에서는 효율성 및 기업성을 강조한 반면 진보 정권에서는 공공성을 강조했다. 또 대국민 서비스 제고 및 국정과제 수행 등의 명분으로 공공기관의 책임성을 부각하면서 공운법상의 자율경영 체제와 현저히 차이가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뉴노멀 시대에는 공공성 대 효율성, 자율성 대 책임성의 낡은 이슈에서 벗어나 좀 더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공공기관이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에서 크게 이바지했듯 다가올 미래에도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관련 시장에서의 적극적인 기능을 통해 민간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보다 시장 친화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변화와 개혁을 통해 향후 포스코, KT 같은 슈퍼스타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24.09.04

[10월 CE] 캐즘에 빠지지 않으려면

최근 ‘캐즘(Chasm)’이란 단어가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기획재정부의 시사경제용어사전에 따르면 캐즘은 ‘첨단 기술 제품이 소수의 혁신적 성향의 소비자들이 지배하는 초기 시장에서 일반인들이 널리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으로 정의됩니다.  캐즘은 원래 지질학 용어로 ‘지각변동에 의해 생기는 균열로 인한 단절’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다 제프리 무어가 1991년 발간한 저서(Crossing the Chasm)에서 초기에 성공을 거둔 신생 기업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는 시기를 캐즘이라고 언급하면서 경영학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회자되는 캐즘의 주요 대상은 바로 전기차입니다. 테슬라의 등장 이후 ‘혁신’의 상징으로 불리던 전기차가 기술 발전과 수요의 한계로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모습입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이차전지 산업이 침체를 맞기도 했고 일부 독일 공장을 폐쇄하기로 한 폭스바겐을 비롯해 상당수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전략 수정에 나섰습니다. 반면 캐즘을 극복한 대표적 기술 분야도 있는데 바로 ‘전자책(e-book)’입니다. 최근 서점가에서는 ‘삼체’ 등 베스트셀러의 e북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종이책의 부진을 일정 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인데 실은 이런 e북도 일정 기간 캐즘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공격적인 콘텐츠 확보, 종이책 같은 페이지 넘김 기술 적용, 전용 리더기 외 스마트폰용 앱 출시 등을 통해 종이책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캐즘을 극복하고 독서의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e북의 사례에서 보듯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이는 동시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캐즘에 빠지지 않는 방안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우선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가격 정책이나 서비스 전략 등을 다시 수립해야 합니다. 전기차를 예로 들면 가장 큰 허들은 가격과 안전성이므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으로 전기차의 안전성과 이점에 대해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 시장의 흐름을 읽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얼리어댑터가 아닌 주류 시장의 소비자들은 다소 보수적입니다. 따라서 기발함보다 다수의 지식과 정보에 근거한 체계적 분석과 세심한 자원 배분이 필요합니다. 또한 경쟁자들의 정보도 정확히 파악해 시장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적기의 의사결정이 중요합니다. 지금 전기차 캐즘이 이슈가 되고 있지만 캐즘은 어떤 산업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어쩌면 제품이나 서비스뿐 아니라 조직의 문화에서도 캐즘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기의 성공이나 혁신에 도취되지 않고 언제나 소비자와 시장을 주시하면서 냉철한 감각을 유지한다면 캐즘이란 깊은 협곡으로 발을 헛딛을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 것입니다.    한수희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대표이사 사장 

파리 생제르맹을 점령한 `오 비외 캉푀르`

프랑스 파리의 생제르맹 거리를 걷다 보면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웃도어 및 스포츠 매장인 ‘오 비외 캉푀르(Au Vieux Campeur)’의 간판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오 비외 캉푀르는 생제르맹 거리의 중심부에서 불과 5분 남짓한 거리에 무려 20개가 넘는 매장을 두고 있다. 프랑스의 캠핑 파이오니어 오 비외 캉푀르는 어떻게 생제르맹을 점령했을까. 프랑스의 캠핑 문화는 1903년 7월 신문 르오토(L’Auto)에 소개된 기사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기사는 “영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먼 길을 떠나 텐트를 치고 지내는 ‘야영’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데 영국 사람들은 마치 로빈 후드와 같은 동화 속의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라며 다소 냉소적인 느낌으로 캠핑을 다뤘다. 하지만 이후 프랑스에서도 캠핑을 교육적인 차원에서 다루는 연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캠핑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캠핑을 통한 교육 활동을 장려하는 단체인 ‘프랑스 캠핑 클럽(CCF)’이 설립됐고 보이스카우트와 연계해 프랑스 내에서 자연 친화적인 활동의 하나로 캠핑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프랑스에는 캠핑 장비를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업체와 유통망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 상황을 본 프랑스 보이스카우트의 리더 로저 드 로르테는 직접 캠핑 장비를 판매하는 상점을 열기로 결심했다.  1941년 전쟁에서 돌아온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카우트 활동과 하이킹을 주제로 한 상점을 오픈했다. 아내 솔랑주의 도움을 받아 가장 기본적인 캠핑 장비인 텐트와 보이스카우트용 스카프를 직접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매장은 오픈하자마자 텐트와 스카프를 구입하기 위해 몰려든 프랑스 캠핑 클럽 회원들과 보이스카우트들로 연일 성황을 이루며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이후 매장 밖으로 긴 줄이 이어지고 재고를 둘 공간이 부족해지자 로르테는 매장을 생제르맹 거리 48번지로 이전했다. 생제르맹에 세운 캠핑 마을의 비밀 오 비외 캉푀르를 처음 오픈했을 때 로르테는 ‘캠핑, 스카우트, 알파인, 겨울 스포츠용품 판매’라는 광고를 내걸었다. 이후 캠핑과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고객이 늘며 자연스럽게 직원 수도 늘어났다. 직원이 증가하자 로르테는 당시로선 획기적인 유급 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그는 직원들이 휴가 기간에 텐트를 가지고 직접 캠핑을 즐기도록 장려했다. 그렇게 하자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다. 직접 캠핑을 해본 직원들이 고객에게 보다 구체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서비스와 조언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차별화된 접객 스타일 덕분에 멀리 떨어진 지역의 고객들도 생제르맹의 매장을 찾기 시작했다. 심지어 자신의 지역에도 매장을 열어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빈발하자 로르테는 리옹을 비롯한 몇몇 지역에 분점을 오픈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재고 관리와 비용 증가의 문제로 인해 결국 분점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 실패를 교훈 삼아 로르테는 생제르맹 주변에 오 비외 캉푀르 매장을 독립된 점포 형태로 집중 확장하는 전략을 세웠다. 그 이유는 한 점포가 붐비면 다른 점포로 가면 되고 재고가 없으면 바로 몇 발자국 떨어진 옆 점포에 가서 구매하면 되기 때문에 관리가 수월하고 고객의 편의성도 증대될 것으로 본 것이다. 그 결과 1971년 이후 생제르맹 주변에는 20개 이상의 오 비외 캉푀르 매장이 들어섰고 이는 하나의 마을을 이루는 듯한 풍경을 연출했다. 로르테의 손자인 에이메릭은 훗날 인터뷰에서 다른 기업들처럼 하나의 쇼핑몰을 만들어 여러 스포츠 종목을 입점시키는 방법도 가능했을 텐데 왜 굳이 20개의 점포를 각각 두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모든 매장을 한 공간에 모아두는 것이 우리 브랜드만을 위해서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생제르맹 지구의 다른 가게들, 예를 들어 책방이나 카페와 함께 번성하는 데 주목한다면 여러 개의 점포를 분산해 운영하는 것이 지역 상권 활성화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신뢰와 소통을 기반으로 한 고객 관계 전략 이처럼 생제르맹 주변에 마을을 형성하는 전략으로 오 비외 캉푀르는 단시간에 아웃도어 및 스포츠 매장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는 고객들이 일부러 이곳을 찾게 만드는 데는 특별한 요인이 있었다. 바로 직원들의 뛰어난 고객 소통 능력이다.  오 비외 캉푀르의 직원인 앙투완은 어느 날 러닝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자신의 매장에 등산용 가방을 찾는 고객이 오자 친절하게 길 건너편의 등산 장비 매장을 안내하며 그쪽 직원에게 연결해 주었다. 일한 지 두 달이 된 그에게는 이런 일들이 익숙한 일과였다. 이후 주력 품목인 러닝화를 찾는 고객이 찾아오자 앙투완은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반갑게 고객과 대화를 시작했다. 고객이 주로 어디에서 조깅을 하는지 묻고 자신도 그곳에서 달린다고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했다.  단순히 제품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친구와 수다를 떠는 듯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고객과 앙투완의 관계는 단순한 판매자와 구매자를 넘어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동호회원 같은 느낌으로 발전해 갔다. 이러한 오 비외 캉푀르의 고객 관계 형성은 전략적 접근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즉 생제르맹 마을의 주인으로서 고객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자 한 호스피털리티(Hospitality)가 자연스럽게 발현된 것이다.  이는 프랑스의 다른 스포츠 전문 매장들과 차별화된 모습이다. 대형 스포츠 브랜드인 데카트론과 인터스포츠는 각지에서 넓은 점포를 운영하며 다양한 제품을 한곳에서 판매한다. 이로 인해 고객과의 접점은 많지만 점포 직원들이 여러 제품을 다루다 보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여유는 부족하다.  반면 오 비외 캉푀르는 80개가 넘는 품목을 여러 개의 특화된 점포에서 분산 판매한다. 이로 인해 고객과의 소통이 원활하고 깊이 있는 상담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한다. 또 다른 차별점은 오 비외 캉푀르가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대형 유통업체에 비해 가격은 다소 높지만 지속가능하고 고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곳에서는 한두 시즌밖에 입지 못할 저가 제품을 찾아볼 수 없다.  품질에 대한 이러한 고집은 고객 신뢰로 이어졌다. 이 신뢰는 오 비외 캉푀르와 고객 간의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오 비외 캉푀르는 대형 매장들과 경쟁하기보다는 고객을 그들만의 ‘마을’로 초대해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며 발전해 나가고 있다. 자기 잠식을 방지한 도미넌트 전략 오 비외 캉푀르가 생제르맹 지구에 20개가 넘는 점포를 두고 하나의 마을을 형성하는 전략을 마케팅에서는 ‘도미넌트(Dominant) 전략’이라고 한다. 도미넌트는 ‘지배적인’, ‘우세한’, ‘우위에  있는’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도미넌트 전략은 일반적으로 편의점 같은 소매업체가 특정 지역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점포를 확장함으로써 경영 효율을 높이고 해당 지역 내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경쟁업체에 대해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뜻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기업 중 도미넌트 전략을 잘 구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하나의 지역에 여러 개의 점포를 열어 그 지역을 ‘도미넌트 에어리어(Dominant Area)’로 만든다. 그렇다면 오 비외 캉푀르는 왜 스타벅스와 같은 도미넌트 전략을 채택했을까. 도미넌트 전략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특정 지역의 성격에 맞는 점포를 집중적으로 오픈함으로써 물류 경로를 효율화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둘째, 각 점포를 관리하는 슈퍼바이저가 효율적으로 순회할 수 있어 관리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마지막으로 광고와 홍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도미넌트 전략에는 몇 가지 문제점도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기 잠식(Cannibal -ization)’이다. 인접한 점포 간에 고객을 서로 나누는 전략은 서비스 품질과 고객 응대 수준을 높이는 데 긍정적일 수 있지만 지나치면 본래의 목적을 잃을 수 있다. 또한 특정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점포를 운영할 경우 그 지역의 환경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다. 오 비외 캉푀르는 경쟁 기업이 없고 환경적 리스크도 크지 않다는 판단 하에 도미넌트 전략을 도입했다. 그리고 도미넌트 전략의 문제점인 자기 잠식을 방지하기 위해 각 점포마다 판매하는 제품을 다르게 구성했다. 고객이 찾는 제품이 없을 때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다른 점포에 가면 원하는 제품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전환시키는 높은 고객 응대 능력도 갖췄다. 한편 오 비외 캉푀르는 비용 절감을 통해 투자 리스크 관리에도 적극적이다. 예를 들어 산악자전거 판매 의견이 나왔을 때 재고가 차지하는 공간 문제를 고려해 자전거 대신 자전거 장비에 특화된 점포를 오픈했다. 이는 도미넌트 전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오 비외 캉푀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캠핑 아웃도어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도 을지로에 가면 조명 가게가 모여 있고 낙원상가에 가면 악기 가게들이 모여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곳들은 도미넌트 전략의 결과물이 아니다. 자연 발생적으로 그리고 이해관계에 의해 형성된 ‘비전략적 공동체’에 기반을 둔 마을일 뿐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해본다. 만약 오 비외 캉푀르 같은 기업이나 조직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현재의 비전략적 공동체를 도미넌트 전략을 통해 독립적이면서도 전문적이고 계획된 형태로 전환한다면 어떨까. 이 공간들이 새롭게 활기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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